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 감정과 기억이 만들어낸 세계

여기는 자네 작품이지. 이제 자네는 이 세상을 창조하는 거야.

자네의 상상력과 아끼는 그림들을 통해 어떤 거라도 만들 수 있네.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

크리스가 죽은 후 만난 세계

교통사고로 죽은 크리스는 눈을 떴다. 눈 앞엔 물감이 퍼지듯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발끝에는 부드러운 유화의 질감이 느껴졌다.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알게 된다. 이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라는 것을.

1999년에 개봉한 이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소아과 의사 크리스(로빈 윌리암스 분)와 큐레이터인 아내 애니(아나벨라 시오라 분)는 아들과 딸을 사고로 잃게 되고, 애니는 아이들을 잃어버린 슬픔과 자책감에 고통스러워한다. 그후 몇 년이 지나 크리스도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그는 아내가 그린 그림 속, 천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하지만, 아내 애니는 크리스 없는 슬픈 삶을 견딜 수 없어 자살을 선택하고, 자살자가 가는 지옥으로 가게 되는데…..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은 단순한 내세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천국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크리스가 도착한 곳은 그가 사랑했던 아내 애니의 그림 속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이 그저 그의 기억과 사랑, 감정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그렇다면 천국은 과연 우리가 죽은 후에 가는 장소일까, 아니면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만들어가는 공간일까?

천국: 아름다운 감정과 기억이 빚어낸 세계

크리스의 천국은 밝고 따뜻한 색채로 가득 차 있지만, 애니의 세계는 어둡고 고립된 공간이다. 이 영화는 천국과 지옥을 ‘장소’가 아닌 ‘마음의 상태’로 묘사한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감정에 따라 자신의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상실의 슬픔에 빠질 때 모든 것이 무채색으로 변한다. 영화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시각적으로 형상화되고 또 그것이 우리가 상실한 것을 다시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예술적 형상화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크리스의 천국은 단순한 사후세계라기 보다, 그의 기억과 사랑이 만들어낸 거대한 예술작품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름다운 기억의 조각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천국에 있는 것일 수도.

지옥: 절망이 그대로 고착된 세계

지옥은 용서받지 못한 자들의 몫이야.

당신은 용서받을 수 있어.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

이 영화는 천국과 지옥을 단순한 도덕적 구분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감정 상태가 만든 내면의 세계로 표현된다. 크리스의 천국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가득하지만, 애니가 빠진 우울의 공간은 삭막하고 어둡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는 감정이 만든 공간이 된다. 애니는 죽기 전 절망의 그 상태에 고착되어 있는 지옥에 있다. 이는 우리의 심리적 상태가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고, 우리가 머무르는 세계를 형성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상처 속에 끝없이 갇혀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지옥을 만들고 그 속에 존재하게 된다.

지옥 탈출: 사랑받은 기억의 소환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림을 그리시고 박물관에서 일한다고.

미망인이기도 하고, 이 집 장미가 아주 예쁘다고 했죠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

크리스는 죽은 아내 애니를 찾아 지옥까지 간다. 그는 그녀가 머물고 있는 어둠 속에서 함께 하려 한다. 애니는 망각의 지옥에서,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남편 크리스가 찾아와도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자살하기 전 절망 그 상태로 폐허의 공간에 홀로 있다. 크리스는 애니에게 그녀가 누구인지, 또 어떻게 특별하게 사랑했는지,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려고 눈물겹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그녀가 드디어 남편 크리스를 알아보자, 그들은 물 속에 녹아지고, 흑백의 공간은 다시 컬러풀해진다. 황폐한 지옥에 묶여있던 애니는 남편과 함께 드디어 천국으로 오게 된다. 사랑받는 경험을 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 잠시 심리치료에서의 대안적 공간을 생각한다. 잠시라도 고통을 함께 나누거나 사랑받았던 기억은 그가 절망에 있을 때, 다시 살게 하는 힘을 준다.

아름다운 상상: 천국의 창조

눈을 감고 떠올려봐요. 당신의 결혼식을.

거기라고 다를 게 없죠. 마음먹기 나름인데 그냥 눈만 감고 목적지만 떠올리면 되는 거죠.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

영화의 끝부분에 지옥에서 천국에 당도한 애니에게 크리스가 어떻게 왔는지 묻는다. “눈을 감고 목적지만 떠올리면 되는 거죠.” 그녀는 말한다. 이 말이 주는 울림이 매우 크게 느껴진다. 눈을 감고 목적지만 떠올리면 되는 거죠. 이 영화에서 그 목적지는 감정의 목적지다. 그리고 그 상상하는 감정은 천국이라는 현실을 창조한다.

환생: 그리운 사랑의 기억

사람의 일생은 한 순간에 불과해

그 후엔 영원히 함께 하는 거야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

크리스와 애니는 어린 아이로 환생하여 호숫가에서 다시 만나고 영화는 끝이 난다. 우리가 여기 이 모습으로 존재하는 생은 긴 영겁의 시간에서 보면 한 순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더 만들어야 할 그리운 사랑이 있다면 다른 형상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은 달라도 존재는 영원히 순환할 수도 있다. 이를 우리는 종교적으로 윤회로 표현한다, 우리는 알 수 없다. 단지 상상하거나 믿는 것에 따라 다시 태어나기도 아니기도 할 것이다.

會者定離 去者必返의 연속인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감.정.의. 천.국.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출처]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 감정과 기억이 만들어낸 세계|작성자 오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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